어제본 영화 / 블랙 미러 시즌 6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

2025. 5. 5. 11:25일상

구독 경제의 잔혹한 디스토피아

 

넷플릭스의 디스토피아 SF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6의 에피소드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은 구독 경제와 의료 기술의 상업화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이 에피소드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지불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술 비즈니스 모델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마이크와 아동교사 어맨다는 결혼 3주년을 맞은 행복한 부부이다. 이들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추억이 깃든 숙소 '더 주니퍼'를 찾아 맛없기로 유명한 주니어 브랫 버거를 일부러 시켜 맛 품평을 하고, 노부부의 즉흥 무대를 관람하며, 결혼 전에 천장에 붙였던 껌을 보며 추억을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 주기적으로 두통을 호소하던 어맨다가 수업 중 갑자기 뇌질환으로 쓰러진다. 병원으로 급히 불려간 마이크는 아내의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이때 담당 의사는 그에게 신생 기업 '리버마인드'의 혁신적인 프로젝트 참여를 권유한다.

리버마인드는 뇌 손상 환자의 뇌 일부를 리시버로 대체하여 곳곳에 설치된 기지국을 통해 뇌 활동을 스트리밍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어맨다는 다시 의식을 되찾고 마이크와 일상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서비스 초기에는 수면 시간이 1~2시간 늘어나거나 기지국이 있는 지역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사소한 제약만 있었던 것이, 점차 심각한 문제로 발전한다. 월 300달러의 '일반(Common)' 요금제를 사용하던 어맨다는 일상생활 중 갑자기 광고 멘트를 내뱉거나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등 패널티가 심해지고, 결국 마이크는 월 800달러짜리 '플러스'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리버마인드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기존 '플러스' 요금제를 '스탠더드'로 격하시키고, 감정 조절 및 능력 향상 서비스를 포함한 월 1800달러의 '럭스' 요금제를 새로 출시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하위 요금제 사용자들의 뇌 활동을 럭스 요금제 사용자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이크와 어맨다는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현대 사회의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부터 소프트웨어, 심지어 자동차까지 구독으로 이용하는 오늘날의 트렌드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를 종속시키는 전략이다. 에피소드에서 리버마인드는 처음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차 서비스를 차등화하고 기존 요금제에 인위적인 패널티를 부과하여 고객들이 더 비싼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하도록 강제한다. 이는 현실의 많은 구독 서비스들이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한 후, 점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거나 기존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켜 프리미엄 요금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보통 사람들」은 의료 기술의 상업화가 가져올 수 있는 윤리적 문제도 제기한다. 리버마인드의 기술은 뇌 손상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기술은 환자의 건강보다 이윤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하위 요금제 사용자들의 뇌 활동을 럭스 요금제 사용자들을 위해 활용한다는 설정이다. 이는 의료 서비스가 지불 능력에 따라 차등화되는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부유층과 일반 사람들 간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미래를 경고한다.

 

이 어두운 배경 속에서도 「보통 사람들」은 마이크와 어맨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인 측면을 놓치지 않는다. 마이크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이후에는 아내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희생한다. 그들의 매년 기념일 의식과 '더 주니퍼'에서의 추억은 기술과 상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인간성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조차 리버마인드와 같은 기업들에게는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어떤 대가라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여, 더 비싼 요금제로 전환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에피소드 제목인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표면적으로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을 의미하지만, 작중에서는 최하위 '일반(Common)' 요금제 사용자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두 의미는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이 제한된 '보통 사람들'은 점점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단순히 상상의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구독 경제와 의료 서비스의 상업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미래를 보여준다. 이미 많은 서비스들이 기본-프리미엄 모델로 차등화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 역시 점점 더 비용에 따라 품질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시스템이 우리의 가장 귀중한 것들 - 건강, 사랑, 존엄성 - 까지 상품화할 때, 우리는 어디에서 선을 그을 것인가?

블랙 미러 시리즈의 다른 에피소드들과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들」은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회와 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경고이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향상시킬 수도, 또는 더 깊은 불평등과 소외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 선택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